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② <소망어린이집 근무안내서>(2020, 21분)
김민지 감독, 임선우 등
시놉시스 : 세상만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신입교사 김나리.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소망어린이집에 첫 출근을 하게 된다. 무언가 이상해 보이는 어린이집 분위기 속 오직 퇴근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신입교사. 아이들이 하원을 하고 퇴근 각을 뽑는 찰나, 갑자기 마무리만 부탁한다며 나가 버리는 선배 교사 덕분에 아직 부모님이 데리러 오지 않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호러 장르와 ‘근무안내서’라는 제목만으로 알 수 있듯, 인터넷 괴담 커뮤니티, SNS 등에서 인기인 ‘매뉴얼류’의 나폴리탄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나폴리탄 괴담은 일본에서 시작된,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괴담 장르들을 묶어 통칭하는 용어인데, 그 중에서도 어딘가 의심스럽고, 비밀을 숨기고 있는 직장에서 발행하는 특이한 규칙이 담긴 매뉴얼 괴담들은 많은 이들이 창작, 소비하고 있는 장르이다.
일단 장르만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것 치고는 내용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어두운 저녁, 폭우, 사라진 립스틱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독창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이건 그냥 내가 나폴리탄 괴담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거의 공식이 정해져 있는 유명한 형식인만큼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평균 이하로 평범한 내용을 단순히 영상으로 구현해 낸 것에 불과하다는 감상이 들어 슬프기까지 하다. 기가 막힌 괴담을 원했는데!
그렇지만 아이들, 동화 등 전통적인 잔혹동화 류의 공포가 나폴리탄 괴담의 분위기와 대중성 부분에서 시너지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난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참신함은 없지만!
그리 비슷한 느낌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나오는 호러 영화 몇 편을 소개하겠다. 존 카펜터 감독의 <저주받은 도시>(Village of the Damned, 1995)는 백금발에 파란 눈을 한 초능력 아이들이 도시를 점령하는 내용의 고전영화로, 비주얼이 훌륭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슈아>(JOSHUA, 2007)은 내가 중학교 때 보게 된 영화인데, 사이코패스 성향의 아이가 보여주는 잔혹한 행동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나쁜 종자>(The Bad Seed,1956)의 계보를 따르는 영화이다. (블로그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후자의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봐 한때 여기저기 이 영화를 추천하고 다녔었는데 누구도 봐주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으니 한번만 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