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③ <놀이 공원>(The Amusement Park, 1973, 53분)
조지 로메로 감독, 링컨 마젤 등
시놉시스 : 한 노신사가 즐겁고 평범한 하루를 보낼 거라는 기대로 놀이 공원을 찾는다. 그러나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놀이 공원은 지옥 같은 악몽의 현장을 바뀐다. 조지 로메로 재단의 의뢰로 복원한 4K 디지털 복원판.
*영화 스포 주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으로 유명한 공포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 감독의 노인 복지에 대한 계몽 목적의 영화다. (BIFAN 리뷰 첫번째로 썼던 <살아있는 성기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ick)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언급했던 이야기이다.) 로메로 감독은 좀비 영화의 대부이자 수많은 공포 영화 팬들, 감독들에게 교과서 같은 존재인데, 나는 그가 만든 영화 중 이토록 정치적인(?) 작품이 있다는 것이 내심 놀랍기도 했다. 애초에 교육용 공익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메시지를 단단히 못 박고 들어간다. ‘놀이 공원’으로 비유된 사회에서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당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우화인 이 영화는 연령뿐만 아니라 경제적 능력, 신체적 특징으로도 차별받는 사회를 응축하여 보여주며 그 부당함을 꼬집는다.
전문 배우는 사회자와 주인공 역할을 모두 맡은 링컨 마젤뿐이지만 엑스트라들의 무심한 군중의 모습마저 영화의 메시지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깔끔한 정장에 돈도 꽤 넉넉히 챙겨 밝은 표정으로 놀이 공원에 입장했던 주인공이 마지막엔 돈도, 건강도 없이 만신창이가 된 채 외로움에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마젤의 연기는 안타까움과 함께 스스로 예언 구슬을 들여다보는 듯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어쩔 수 없이 육신에 갇힌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제까지 놀이 공원의 혜택을 누리고 차별에 은연중에 동참해왔던 업보를 짚어주는 재판관의 이미지, 뭐 그런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개인이 무기력한 주변 상황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공감되고 나를 심히 괴롭게 했던 영화 두 편을 추천한다.
먼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Mother!, 2017)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본 것은 나에게 심한 충격이 되었기에 그리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나 주제에 딱 맞는 영화라고 생각하긴 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몰아치는 상황들, 처음엔 낙관했으나 결국 세상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되는 낙하감을 절절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표현력이 좋은 영화다.
두 번째는 허구헌날 TV 영화 채널에서 볼 수 있었던(지금도 그런가?) <1408>(2007)이다. 간단하게 공포소설 작가가 호텔방 안에 갇히게 되는 내용인데, 귀신이 나오고 이런 것보다 이런 무기력함, 폐쇄의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집 창문 밖이 벽돌벽으로 막혀버리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