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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추천]4. ‘사람을 박제하고 싶어요. 지원자 구함.’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④ <박제>(Stuffed, 2021)

by 메기127 2021. 8. 4.

 

 

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④ <박제>(Stuffed, 2021, 20)

테오 리스 감독

 

 

시놉시스 : 사람을 박제시키고 싶은 꿈을 가진 박제사 여인과 나이 들어감이 두려워 자신의 시간을 멈추려는 남자가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운명적으로 만난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들의 그로테스크한 로맨스가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 놀라운 성과의 영화는 뛰어난 음악성과 예술적인 완성도로 올해 SXSW영화제 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스포 주의

 

영화는 인간을 박제하고 싶어하는 잠재적 살인마라는 뮤지컬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뒤이어 등장하는 영원에 대한 낭만으로 스스로 박제되길 원하는 남성과 그들의 운명 같은 로맨스, 퀄리티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 등 여러모로 예상을 깨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나는 일단 이것이 청년들이 아닌 삶에 어느정도 치이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 중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다.

 

인터넷 게시판을 전전하며 인스턴트한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꾼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자마자 이 만남이 결코 사소한 일로 끝나지 않게 될 것임을 직감하지만, 각자의 꿈을 존중하기 위해 타오르는 감정을 희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들의 고뇌는 음악이 고조되면서 심오한 절정에 다다르는데 이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울고갈만큼 절절한 사랑을 위한 죽음을 보여준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입밖으로 내뱉었다면 어땠을까. 죽고 싶지 않다고, 죽이고 싶지 않다고, 함께 살고 싶다고.

 

여기서 이미 단단히 굳어버린 두 인물의 삶의 방식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일방적이고 소극적인 소통 방식에 익숙해 진심을 내보이지 못한 바람에 결국 비극을 맞게 된 것이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옛 희곡들이 떠오른다. 혹은 뮤지컬 형식이어서 더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특히 <리어 왕>을 읽을 때의 감정이 떠오르는데,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대사들이 아름다워 이를 노랫말로 사용한다면 아마 이 영화에 나오는 넘버들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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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사랑 이야기까진 아니나 <해롤드와 모드>(Harold and Maude, 1971) 역시 죽음을 가까이 한 두 남녀의 교감에 관한 내용이다. 괴짜 같은 분위기와 캐릭터들이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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