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The Hunt, 2020, 90분)
크레이그 조벨 감독, 베티 길핀, 힐러리 스웽크 등, 블룸하우스 제작
시놉시스 :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의문의 지역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사냥 당하고 있는 ‘크리스탈’이 자신들을 사냥하는 주체를 밝히고, 그들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영화 스포 주의
여름에 딱 맞는 시원한 고어 액션 영화다. 자기들만의 엉뚱한 논리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부자 악당을 처치하는 서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누구나 즐길 만한 시나리오다. 인상적인 군인 출신 주인공 ‘크리스탈’로 등장하는 배우 베티 길핀의 서늘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공식(?) 시놉시스가 짧으므로 내용 설명을 좀 더 하자면, 영화는 <헝거 게임>을 연상시키며 시작한다. 허허벌판에 손발이 묶인 채로 깨어난 사람들, 중간에 놓인 거대한 상자, 그 안의 무기들, 그리고 시작되는 공격.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동시에 혼자 살아나가려는 참가자들의 이기적인 행동까지 버텨내야 한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지만 그것은 눈속임이었을 뿐, 도움을 청하러 들어간 잡화점 주인, 히치하이킹(?)한 기차 속 숨어있던 난민들, 그들을 쫓는 군인들과 대사관 직원까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크리스탈은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피지컬과 전투 능력으로 적을 물리치며 서서히 진실에 가까워진다.
일단 다 떠나서 시원시원한 액션과 매력적인 주인공 덕분에 고어 요소만 괜찮다면 무난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군인 출신 주인공을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높은 확률로 원칙주의자이며 피지컬이 있기 때문에 답답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캐릭터가 주인공이 여러명인 작품에 등장한다면 높은 확률로 답답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헌트>는 블룸하우스의 최신 영화답게 최근 논쟁 대상이 되고 있는 요소들을 모두 집어넣은 블랙코미디로,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PC를 가장한’ 선민의식을 가진 기득권층과 속된 말로 ‘레드넥’이라 불리는 노동자 계층의 백인 보수 지지자들을 대립시키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결말을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 크리스탈은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로 등장해 결국 모두까기를 실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블룸하우스 감성이 그리 취향은 아니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여성 주인공의 시원시원한 액션이 꽤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을 보면서 사마라 위빙이 전직 군인 역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더 액션에 일가견이 있었더라면 100% 제안이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마라 위빙을 처음 본 것은 <사탄의 베이비시터>였는데 영화 자체는 평범했지만 위빙의 눈동자에 광기가 있어서 ‘와, 저 사람은 이런 거 진짜 좋아하나 보다’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최근 <레디 오어 낫>, <메이헴>과 같은 마이너한 취향을 저격하는 필모그래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레디 오어 낫>. <헌트>와 비슷한 블랙코미디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이어 보기 좋은 영화다. 여기에 사마라 위빙이 외치는 ‘F*cking rich people!’은 같은 라인선상에 있는 영화들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명대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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