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토요일마다 추천할만한 고전 영화를 한 편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최근에 재미있게 봤던 고전 정치 영화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이다.
*영화 스포 주의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Mr.Smith goes to Washington, 1939, 129분)
프랑크 카프라 감독, 진 아서, 제임스 스튜어트 등
<스미스씨 워싱톤 가다>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멋진 인생>의 프랑크 카프라 감독과 <셰인>의 진 아서, <이창>,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의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패기 넘치고 이상주의적인 정치극이다. '이상주의적'이라는 말을 자꾸 쓰는 이유는 이 주인공 제퍼슨 스미스가 지독히도 이상주의적인 애국지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임의원의 급사로 급하게 임명된, 시골에서 보이스카우트를 이끄는 정치라고는 모르는 허우대만 멀쩡한 청년이다. 그를 지명한 조셉 페인 등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댐 건설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을 허수아비가 필요했을 뿐, 제대로 된 인물을 데리고 와 일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미스가 열정적인 포. 모. 남, 즉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스미스는 정치라곤 모르지만 미국인으로서의 신념이 강한 인물이다.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며 워싱턴에 처음 입성해 국회의사당을 보자마자 흥분에 넋을 잃는다.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그는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다른 의원들과 기자들, 심지어 자신의 비서에게까지 무시를 당하지만 매일같이 '미국인 모두가 사랑했던' 링컨 박물관에서 미국의 정치인으로써 가져야 할 결단력과 희생정신 등을 충전한다.
문제는 국회에 있는 어떤 이들도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스미스가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만드는 법안을 내기로 결심했을 때, 그가 제안한 지역이 댐 건설을 계획 중인,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는데 스미스는 한발 물러서는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이에 맞서고자 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강자 대 약자의 싸움으로 전개되는데, 상원의원과 주지사, 자본가까지 합세한 강자들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 스미스의 말을 누구도 듣지 않도록하는 것은 물론 그에게 누명을 씌워 워싱턴에서 쫓아내려고까지 한다. 워싱턴의 누구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미스가 가진 것이라곤 자신의 건강한 몸과 정신, 그리고 그런 순수함(과 얼굴)에 어느새 반해버린 비서 클라리사, 그리고 고향에 있는 보이스카우트 대원들 뿐이다.
영화는 결국 성자聖者에 가까운 희생 정신과 투지를 보이는 스미스의 진심에 감복한 강자(조셉 페인)가 모든 죄를 털어놓고 회개하는 성서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예수와 링컨의 모습을 투영하는 스미스의 승리는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인지 모른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링컨의 삶을 예수의 삶과 종종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모든 것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 비현실적인, 동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막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한번쯤 보여주기는 좋을지 몰라도 사실 누가 봐도 이렇게 꿈같은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역시 이 점을 딱히 숨기려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영화 초반 스미스의 지나치게 얼빠진 모습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역시 일을 쉽게 풀어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신호들이다.
이런 조금은 나이브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찝찝함 없이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또, 다채로운 화면 사용으로 서스펜스와 감정 표현을 살린 연출과 현장감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열연, 종종 터지는 소소한 웃음들이 썩 기분 좋은 관람 경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청해볼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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