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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9월을 떠나보내며 맞이하는 극장 개봉작들!

by 메기127 2021. 9. 28.

 

완연한 가을이다. 태풍 소식도 들려오는데,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고 안락한 곳에서 보는 영화가 절실해지는 때이다. 

 

여름 동안 들떴던 마음을 그리워하게도, 철렁 가라앉게도, 다시 두근거리게 혹은 차분하게 만들어 줄 네 편의 개봉작을 소개한다. 

 

 

<종착역> - 권민표, 서한솔 감독 9/23일 개봉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관객들을 만났던 <종착역>이 지난 23일 개봉했다. 영화는 네 명의 중학교 사진 동아리 친구들이 아주 특별한 여름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바로 '세상의 끝'을 찍어오는 것.

 

이 수수께끼 같은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네 명은 1호선 '지하철 종착역'으로 간다. 지하철에 익숙한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이고 귀여운 발상이 아닐까?

 

종착역에 도착한 넷은 과연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처음 교복을 입게 된 설렘처럼 처음으로 자신이 보는 세상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 그로써 '세상의 끝'에서 '시작'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왠지 사진 동아리 담당을 맡은 선생님이라면 이런 심오한 뜻을 담았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라고 착각할 정도로 네 배우의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로 길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자연스러움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닌가 싶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우리집>과 같은 '아이들'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그 시절의 자신을 그립게 만드는 동시에 배우들의 성장을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 

 

 

<수색자> - 김민섭 감독, 송창의, 송영규 등 9/29 개봉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탈영병들을 쫓는 헌병인 디피팀을 주제로 한 신선한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범법자의 포지션이었던 탈영병들에 대한 시선을 반전시켜, 그들이 탈영을 하게 된 이유에 주목하며 군대 내 가혹행위, 재개발 등의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고발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용서받지 못한 자> 등 군대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들이 재조명받고 있는 요즘, 교육장교의 의문의 사망 사건이 벌어진 날 사라진 탈영병을 찾아 비무장지대 DMZ를 수색하게 된다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수색자>가 오는 29일 개봉한다.

 

예고편에서 미지의 공간인 출입통제구역에서 무장한 부대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광기로 번져나가는 모습에서 국산 웰메이드 공포 영화인 <알포인트>가 연상되기도 한다.

 

계속해서 사망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며 스릴러와 호러를 넘나드는 긴장감을 보여주는데, DMZ를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진행된 제주도 로케 촬영과 주연을 맡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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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아웃 포에버> - 올리버 밀번 감독 9/29 개봉

 

 

 

판데믹을 직접 겪고 있는 시대에 사는 관객들에게 전염병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현실보다 낫다면 희망을, 현실과 비슷하다면 자조를, 현실보다 나쁘다면 위로를 주기도 하는 이 장르 영화들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까지도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스쿨 아웃 포에버>는 무려 인구의 95%를 사망시킨 치명적인 전염병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로, Rh-O형만 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타고났다는 독특한 설정이 어떤 반전으로 작용할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는 틴에이저 생존물인만큼 상상력 넘치는 재기 발랄한 전개가 예상되는데, 몇몇 시사회 리뷰를 보면 생각보다 어두운 톤으로 진행되며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광기 어린 폭력성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영화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원작 소설이 신예 감독의 손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을지 기대해 볼만 할 것 같다.

 

 

<아버지의 길> -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 9/30 개봉

 

 

 

가을 바람만큼이나 시린 영화들이 있다. 부당해고를 당한 후 일용직을 전전하던 니콜라는 빈곤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고, 복지과에선 니콜라 부부로부터 두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박탈한다. 빠져나오기 힘든 가난의 늪에서 국가조차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음에 절망한 니콜라는 직접 양육권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하게 되고, 복지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300km 넘게 떨어진 수도 베오그라드로 걷기 시작한다. 

 

지난 4월 열린 제22회 전주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길>이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 등의 켄 로치 감독의 사회고발 영화들이 떠오르는 이 작품은 "사회가 외면하는 현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실제 세르비아에서 있었던 사건의 당사자를 감독이 직접 만나 구상한 이 영화는 내전의 상처, 후유증과 얼기설기 짜인 사회안전망, 부패한 정부기관 등에 고통받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한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번 주말엔 극장을 찾아 이 영화들과 함께 10월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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