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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추천] 12. '내 죽음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면'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Dick Johnson Is Dead, 2020)

by 메기127 2021. 8. 12.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Dick Johnson Is Dead, 2020, 89)

커스턴 존슨 감독, 딕 존슨, 커스턴 존슨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놉시스 : 죽음은 숙명, 피할 수 없다면 맞설 수밖에. 감독 커스턴 존슨이 노년의 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연출한다. 그 비통한 순간에, 유머가 힘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스포 주의

 

영화는 페이크 다큐를 표방하는, 연기하는다큐멘터리로 아녜스 바르다의 다큐멘터리를 떠오르게 하는 구성과 색감을 가진다. 커스턴 존슨 감독은 노년의 아버지 딕 존슨과 함께 그의 죽음을 예견해보고 재연해보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물론 있었던 일을 되풀이한다는 뜻의 재연은 맞지 않는 단어지만.

 

 

 

 

관객은 딕 존슨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노인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급작스럽게 그의 죽음을 맞이한다. 딕 존슨은 심장마비로, 교통사고로, 건물에서 떨어진 모니터에 맞아 죽는다. 공포영화보다 더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상황들은 인간의 죽음이 얼마나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죽음들이 종종 그러하듯 인생무상과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는 딕 존슨을 알게 되고, 그의 딸 커스턴 존슨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그의 가짜 장례식에 온 친구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우리는 딕 존슨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천국에 있는 자신을 연기하는 그와 함께 웃을 수 있다.

 

 

 

 

딕 존슨은 당연하게도 그 장면을 포착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딸과 함께 자신의 죽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이 그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가 조금은 더 행복하게 죽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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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아녜스 바르다의 다큐멘터리 몇 개를 추천하려고 한다. 먼저 그가 남편이자 영화 감독인 자크 드미의 죽음을 기억하며 만든 <낭크의 자코>(1991)인데, 영화는 자크 드미의 일생을 재연하는 동시에 아녜스 바르다 본인이 그를 추억하는 모습을 담는다. 이 영화를 보며 <딕 존슨은 죽었습니다>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감독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시장과 농장 등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추적하는 독특한 주제의 다큐멘터리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2000)은 그 음식들을 줍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동시에 자신의 여정과 사색을 그대로 담고, 이는 본인의 영화 <방랑자>(1985)를 떠올리게 한다. 중간중간 힙합 음악과 같이 다큐멘터리에서 잘 쓰이지 않는 사운드를 집어넣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바르다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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