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2019, 121분)
다리우스 마더 감독, 올리비아 쿡, 리즈 아메드, 폴 라시 등
시놉시스 : 여자친구 루와 2인조 메탈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드러머 루빈은 과거 마약 중독의 영향으로 갑자기 청력을 잃게 된다. 루빈은 한 후원자로부터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를 소개받지만 그곳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결국 루가 그의 곁을 떠나면서 커뮤니티에 합류한다. 수화를 배우고, 커뮤니티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루빈은 서서히 내적인 변화를 느끼게 된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다리우스 마더의 감독 데뷔작으로, 섬세하게 구현된 사운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스포 주의
<사운드 오브 메탈>은 그 제목과 어울리게 귀가 울리도록 시끄러운 메탈 밴드의 연주로 시작한다. 메탈 장르의 음악과 째지는 드럼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귀가 조금 힘들어질 때쯤, 연주가 이어지고 있는 화면과 반대로 소리는 점점 사라진다. 주인공 루빈 스톤은 그렇게 청력을 잃는다.
평생을 아무 문제없이 써왔던 감각을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절망스러운 경험이다. 특히나 뮤지션인 루빈에게 청력을 잃는다는 것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통째로 사라지는 듯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는 짧은 부정의 시기를 보낸 후 농인들이 모여 함께 사는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소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언어를 얻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소음’으로 여겨지는 소리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언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농인들의 언어와 메탈 음악은 닮아 있다. 누군가에겐 시끄럽게만 느껴지는 소리가 메탈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겐 영혼의 표현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시끄럽게 두드리는 소리들로 가득한 농인들의 식사시간이, 그들에겐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의 장일 수 있듯이.
인공 와우를 이식한 이후 루빈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에겐 새로운 ‘일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2020)는 장애를 가진 10대 청소년들이 모인 여름 캠프를 취재한 내용이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청소년들인만큼 그들은 각자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비정상성’이 수용되는 이 캠프에서 아이들은 바깥 세상에서 하지 못했던 자아 탐색과 연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연대가 이어져 장애인 인권 운동을 조직하는데까지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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