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102분)
가브리엘 액셀 감독, 스테판 오드랑 등. 왓챠
시놉시스 : 덴마크의 바닷가 작은 마을, 그곳에는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두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가 있었다. 젊은 날의 사랑과 추억은 모두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세월은 흐르고. 어느 날 필리파의 연인이었던 파판의 편지를 품에 안은 바베트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새로운 가족이 되어 살아가던 바베트에게 엄청난 복권이 당첨되자 그녀는 이 소박한 마을에 최고의 만찬을 준비하는데.
* 영화 스포 주의
종종 ‘쾌락’은 종교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악惡한 것이라 여겨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는 등 일상적인 행복을 위한 일들로 보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수치스러운 죄악인 것이다.
<바베트의 만찬>은 매우 종교적으로 신실한 마을과 가족에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러한 ‘금욕’의 철학에 질문을 던진다.
목사의 딸로서 평생을 금욕적으로 살아왔던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 앞에 나타난 바베트는 먼 프랑스에서 온 자신을 받아준 두 자매를 성심성의껏 모시기로 한다. 그는 일을 잘할뿐더러 매우 헌신적인 데다 욕심도 없다. 바베트는 성인聖人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십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오던 생활은 어느 날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되면서 일렁이기 시작한다. 자매는 바베트가 당연히 조국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으나 바베트는 그 대신 마을 사람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재료를 사러 여행을 다녀온 바베트가 가지고 온 기상천외한 식재료들에 마을 사람들은 아연실색하고, 자매는 바베트가 할 이국적인, 혹은 불경한 음식들에 두려워한다. 그 결과 그들은 만찬 내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이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로렌스 장군이 혼자 음식에 감탄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럽다. 또한, 만찬이 진행되는 내내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보다는 완벽한 음식을 내는 것에 집중한다.
복권 당첨금을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최고의 저녁을 대접하는 데에 쓴 바베트의 성인과 같은 모습은 경전에 따라 금욕적인 생활을 해 온 마을 사람들의 암묵적 합의와 대조되어 아이러니한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는 이방인이었던 바베트와 마을 사람들이 결국엔 융화된다는 암시와 함께 끝나는데, 영화를 위한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긴 하나 자신의 ‘금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웃기게만 보인다.
이와 정말 비슷한 2000년도 영화 <초콜렛>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쇼콜라티에인 주인공이 종교적으로 엄격한 마을에 가게를 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는다.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 주인공 비엔은 거의 마녀사냥 급의 모함과 미움을 받는데, 어쩌겠나. 결국엔 모두 달콤한 초콜릿의 마력에 빠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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