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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리뷰/추천] <베이비시터>, 2022 [서울국제여성영화제]

by 메기127 2022. 9. 3.

 


베이비시터(Babysitter), 2022

모니아 쇼크리 감독, 주연, 캐서린 레제 각본

패트릭 히본, 나디아 테레시키에비츠 등


 

<베이비시터>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하트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등에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모니아 쇼크리가 각본가 캐서린 레제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소화한 작품으로, 2022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출품작이다.

 

영화는 주인공 세드릭(패트릭 히본)이 UFC 경기를 관람하다 만취해 길에서 촬영 중이던 여성 리포터를 성추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세드릭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남성 직장 동료들은 취해서 생긴 헤프닝 정도로 여기지만 그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관심을 끌게 되면서 세드릭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당한다. 

 

세드릭의 형제 장 미셸(스티브 라플렁트)은 지적인 저널리스트로 직접 세드릭에 대한 기사를 쓰며 그의 미소지니적 행동을 비판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고민하는 세드릭에게 장 미셸은 리포터에게 사과 편지를 써야 한다며, '진심을 담아 책이라도 쓰라'고 말한다. 그 농담조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세드릭은 정말로 책을 쓰기 시작하고 은은한 성공의 냄새를 맡은 장 미셸은 집필에 동참한다.

 

한편, 아이를 낳은 후 육아 휴직 중이던 세드릭의 아내 나딘(모니아 쇼크리)은 남편이 정직을 당해 집에 있게 되자 직장에 돌아간다며 바로 짐을 싸 집을 나가버린다. 하지만 실은 한눈에 봐도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던 차에 집에서 벗어날 구실을 얻게 되었을 뿐이다. 그 사이 육아를 맡게 된 세드릭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베이비시터를 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에이미(나디아 테레시키에비츠)가 세드릭과 나딘의 집에 나타난다. 

 

 

에이미

 

영화는 프랑스 영화치곤(?) 난해한 것 없는 명백한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를 낳은 후 '여성성을 상실'한, 더 이상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여성과 젊고 아름다우며 모두와 부드럽게 소통하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 대놓고 미소지닉하면서 개인의 문제에서 대의를 찾으려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남성과 페미니즘을 머리로만 이해해 결국엔 자기 이득에 따라 행동하고 마는 모순적인 남성. 단순하게 대비되는 주인공들 덕분에 시적인 화면과 대사들이 눈과 귀에 쏙쏙 박힌다.

 

베이비시터 에이미는 실재하는 인간이라기보다 관념에 가깝다. 본성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시험의 존재이자 치유의 존재. 성인용 메이드 코스튬을 입고 온 에이미의 말을 인용해본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죠. 교복도 학교 유니폼이지만 누군가는 성관계할 때 교복을 선호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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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아 쇼크리 감독

 

모니아 쇼크리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원작인 연극 <베이비시터>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5년 전에 쓰인 작품으로 원작자 캐서린 레제가 각색을 맡고 쇼크리 감독은 거기에 강렬한 시네마적 비주얼을 더하는 데에 집중했다. 또한, 감독은 '합의되지 않은 행위'와 '미투 운동'에 대한 담론은 영화의 한 측면이며 개인적으로는 '욕망desire'의 개념, 나아가 사람 간의, 이성 간의, 동성 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힘power'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터뷰에 나온 "power"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권력'으로 해석했었는데, 결국엔 성범죄는 젠더 권력에서 기인하며 나딘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에이미와의 관계도 꽤나 촘촘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말을 생각하면 결국 관계의 치유와 화합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힘'이 맞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뻔한 전개와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이다. 명백하고 아름다운 페미니즘 영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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