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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남의 집에서 일하는 여자들' <세인트 모드>&<퍼스널 쇼퍼> [넷플릭스 신작 영화 추천]

by 메기127 2021. 8. 24.

 

태풍 소식과 함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두 편의 영화를 가지고 왔다. 지난주 넷플릭스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작 <세인트 모드>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퍼스널 쇼퍼>다.

 

* 약간의 영화 스포 주의

 

<세인트 모드>(Saint Maud, 2019, 83분)

로즈 글래스 감독, 모르피드 클락 등. 넷플릭스

 

 

시놉시스 : 젊은 간호사 모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세상을 등진 채 극단적으로 기독교에 몰두해 살아간다. 모드는 심각한 암에 걸린 은퇴한 무용수 아만다의 호스피스를 맡게 된다. 모드의 독실한 믿음은 아만다의 영혼을 영원한 지옥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고, 모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만다를 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포스터에서부터 광기를 느꼈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종교에 빠져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자기 자신에게, 혹은 남에게 저지르는 사건들은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그래서 이런 장르가 더 오싹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신념을 가진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성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모드는 묘하게 어딘가 수상하다. 개인 간병인으로 일하는 그가 드리는 기도에는 어쩐지 삶에 대한 미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건 오직 자신의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어떠한 '대의'이다. 그런 그에게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암 환자 아만다는 최적의 타겟이다. 

 

인간의 쾌락과 그것을 억제하려는 죄책감은 종교와 어우러졌을 때 가장 폭발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실제 종교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흔히 사이비라 불리는 극단적인 해석들이 광신자에게 정신 이상을 유발하는 스토리는 오랫동안 있어왔던 클리셰다.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 모드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그의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혼란스러움을 강렬한 사운드와 촬영 기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소재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영화가 끝나는 시점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강렬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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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2016, 105분)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넷플릭스

 

 

시놉시스 : 프랑스 파리에서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미국인 ‘모린’. 영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최근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의문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한다.

 


 

 

 

처음 이 영화에 대해 듣는다면 누구라도 '패션에 관련된 영화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퍼스널 쇼퍼'라는 제목과 크리스틴 스튜어트,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브랜드가 바뀐다면 아마 샤넬이겠지?

 

그런데 포스터에 희한한 카피 문구가 보인다. '이 옷도, 영혼도 내 것이 아니었다.' 옷은 알겠는데.. 영혼..? 그렇다. 이 영화는 보기완 달리 오컬트적인 불길함이 짙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 주인공 모린은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최근에 세상을 떠난 쌍둥이 오빠의 연인으로부터 그들이 살던 집에 귀신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오빠의 죽음과 텅 빈 저택에서 홀로 보내는 밤, 모린이 쇼핑을 대신해주고 있는 모델 키라의 불륜 상대를 만나는 등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모린의 신경은 점점 예민해져만 간다. 영화 속에서 모린은 귀신의 모습을 보긴 하나 그 능력으로 뭔가 사건을 해결하거나 크게 인정받는 역할까지는 가지 못한다. 오히려 영화 내내 모린은 그를 둘러싼 사건들에 의해 휩쓸리는 것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영화의 장르가 '심리' 스릴러인 것이 바로 이 이유이다. 어떤 사건이 해결되는 것보다는 주인공이 미스테리와 휘몰아치는 감정들 속에서 어떤 길을 찾아낼 것인지가 더 중요한 플롯으로 작용한다. 그야말로 '의뭉스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영화는 요즘 같은 스산한 날씨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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